
몇 시간 만에 키워드 몇 개 가지고 마감시간에 쪼여가며 급하게 적어내버렸지만 모쪼록 여러분이
제 글을 즐기셨으면 해요! 엔딩은 합작 신청 때 부터 생각 해둔 것이라 조금 당황스럽고 과하게
열린 엔딩이지만,,, 현재 작가님이 유령교도소 : 중앙본부를 한창 제작 중이신 만큼 어서 유교2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합작 작품이랄까요..ㅋㅋ.. 아무래도 게임이다 보니까 풀린 설정이나
그런게 크리스마스 합작에 사용할 만한 정보들은 아니라서 에스크를 뒤져 나온 정보들과 제 사심을 조합한 캐해와 스토리이기에 많은 점에서 부족하다 느꼈으실 수 도 있지만 끝까지 읽어주시고
이 후기글을 보고 계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움쫙쫙. 다들 합작 주최하시느라 수고하신 스님과 다른 참여자 분들께 박수~ 감사합니다!

“흐엣췽!”
“아이고, 요즘 감기가 유행인가용. 여기 휴지용!”
“헤헤, 걈사합미다... 푸엑치!!”
입사한 지 엊그제 인 듯 하지만, 어느 새인가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이 찾아왔다. 교도소 주변은 보이는 것 하나 없이 새햐얀 곳이지만, 이따금 친절하지 못한 돌풍이 불어오면 어디서 오는지 마른 낙엽들이 쓸려오곤 했다. 옥상에서 만나는 돌풍은 썩 달갑지 않지만 바람에 실린 시리지만 산뜻한 겨울내음은 잠을 깨게 해주었다. 들고 있던 커피가 식는 건 원하지 않은 서비스랄까. 그는 한 때 신입이었지만 이젠 그 호칭으로 불리기에는 꽤나 시간이 지나 있었기에, 모두들 그를 퍼슨 이라고 불렀다. 잠깐 숨을 돌리고 건물로 내려와보니, 감기에 걸려 코가 맹맹해진 총무직원들이 소파에 한데 앉아 꿀차를 마시고 있었다. 총무과장은 연신 휴지를 뽑으며 코를 풀고 싶어하는 직원들에게 건네 주었다.
“오, 퍼슨씨! 좋은 아침입니다. 혹시 휴지 필요하세용?”
총무과장이 살가운 인사와 휴지를 건넸고, 퍼슨은 고개를 연식 꾸벅이고는 휴지를 받아 두었다. 복도 끝 코너를 돌면 예상대로 유령도넛을 들고 있는 연락과장이 보였다. 인사를 건네보려 했지만 그는 어쩐지 누군가와 통신하느라 바빠보여, 조용히 지나갔다. 이만하면 슬슬 한겨울인데도 그는 아직도 팔뚝을 걷어 올린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퍼슨 본인도 마찬가지였지만. 히터가 틀어져 있어서인가, 퍼슨은 옥상으로 나가볼 때를 제외하고는 현재가 딱히 겨울이라고 실감하지는 못했다. 따스한 히터바람이 나오는데도 겉옷에 담요까지 뒤덮고 핫팩을 만지작 거리는 의료과장을 봐야 요즘이 춥긴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안녕, 퍼슨! 으으, 세상에, 넌 정말 추위를 안 타는구나! 옷 그거 한 겹이지 않아?”
퍼슨은 옷은 만지작 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과장은 너무 추워보인다며 소매라도 내리고 일하는게 어떻냐고 권유를 했지만, 소매까지 내리면 포근함에 잠들 것 같아 그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때 저번에 챙겨둔 초콜릿이 생각나 의료부장에게 하나를 건네주고 그는 다시 건물 안을 돌기 시작했다. 겨울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아무래도 건물 곳곳에 리스를 달기 위해 끙끙대는 총무직원들은 크게 신경 쓰였다. 초록색과 빨간색 잎사귀로 엮은 리스는 도대체 어디서 구했나 싶었지만, 조그마한 몸으로 높은 벽에 그것을 달기 위해 점프하는 모습이 퍽 귀엽고 안쓰러워 퍼슨은 총무직원 한 명을 들어올려주었다.
“우, 우오오! 높다!! 히히, 감쟈합니다 아젓시!”
나이는 아주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가끔은 진짜 아이처럼 보일 때가 많다. 한 명을 도와주자 다른 직원들도 몰려오는 바람에 몇 분 동안은 사다리차 역할을 해 주다가 막대사탕을 잔뜩 받고 나서야 퍼슨은 작은 찹쌀떡 무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알록달록한 리스들을 보자 곧 크리스마스인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흑백에 보라색만 몇 방울 떨어트려 놓은 듯 한 교도소 건물 안에 조금은 생기가 도는 것 처럼 보였다. 물론, 아무래도 교도소인지라 크리스마스 같은 연말 행사랑은 어울리지 않지만, 다들 속으로는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베리터를 타러 가자 그곳을 늘 지키는 보안과 직원 두 명과도 이제는 조금은 친해져 가끔 농담도 주고 받게 되었다. 매일 같은 곳에 서서 가만히 있는 일이 얼마나 지루한지에 대한 푸념과 마실 것 좀 가져다 주겠냐는 부탁 등등 그냥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한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지하 2층으로 향했고, 문이 열리자 마자 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잔뜩 묻힌 보안과 직원과 마주쳐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 했지만 심장이 멈춘 지는 이미 오래였기에 퍼슨은 숨을 참고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며 잽싸게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저 직원,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고 온 듯 하다. 아침에 미리 샤워하지 않은 걸 후회하며 퍼슨은 천천히 수감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겠지만 이곳에 수감된 유령들은 그만큼 고약하고 질 나쁜 범죄를 저질러 죽고 나서도 교도소에 수감된 영혼들이다. 때문에 이들이 풀려나는 것은 굉장히 드물지만, 가끔은 일어나기도 했다. 얼마 전에 방화죄를 지은 한 유령이 환생했기 때문이다. 주먹 몇 방에 나가떨어지는 약골 문화유산 파괴범도 제 자리에 있고, 매번 징그러운 부탁을 하는 미친 마조히스트 녀석도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 다만 방화범죄자가 있던 감옥은 아직은 텅 비어 있었다.
“이봐 퍼슨! 뭘 그리 뚫어져라 쳐다보나?”
등 뒤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오자 흠칫 놀라 돌아보니 보안과장이 서 있었다. 저 우람한 덩치는 아무래도 적응이 잘 안 된다. 정말이지 어쩜 그렇게 조용하게 등 뒤로 다가오는지, 발도 없이 공중에 떠다니는 것 만큼 고요한 움직임이다.
“음, 얼마 전 환생한 수감자의 방이군. 텅 비어있으니 어색하지? 마치 누가 도망간 것 같고 말이야, 하하! 걱정 말게나, 작은 친구. 곧 연말이니까 말이지”
연말이니 걱정 말라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을 남기고서 그는 사뿐한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움직여 사라졌다. 지하 3층으로 내려와 수감자들의 상태를 살피는데, 아무래도 지하다 보니 열기가 한층 더 후끈한 듯 하다. 지하 2층과는 다르게 묘한 텁텁함이 감도는 공기가 영 불편했다. 항상 그랬듯 수감자들은 각자의 폭언을 내뱉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흘려듣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잘 보니 지하 3층에도 빈 감옥이 몇개 눈에 띄었다. 대부분은 애초에 비어있던 방이지만 누군가 존재했던 곳도 몇 군데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방 들은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연말에는 각종 사고와 범죄가 일어난다. 이번에 6구역 교도소로 새로 들어온 수감자만 5명이다 : 한 명은 음주운전 뺑소니범, 두 명은 데이트 폭력, 세 명은 묻지마 살인 이라고는 하는데, 며칠 뒤 철장 옆에 달린 인적사항 및 전과유무 기록을 읽어보니 과연 이곳에 올 만한 죄목을 가지고 있었다. 전과가 저리 많은데도 여태껏 안 들키고 살아온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한 녀석이 탈주를 시도했다. 취한 상태로 죽으면 계속 취한 상태인 건지 얼마 못 가 토를 해대며 쓰러져서 잡기는 쉬웠다. 쓰러진 놈의 다리를 붙잡고 끌고 오는데, 눈이 빨갛게 충혈된 검은 수감자가 말을 걸어왔다.
“이봐, 그래, 거기 당신, 그, 혹시 오늘이 몇일이야? 내가 여기를 한 94년 전 쯤에 들어왔는데, 오늘 날짜를 알면 그걸 계산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히히”
퍼슨은 당황한 얼굴로 잠시 뺑소니범을 내려두고 달력을 확인하러 갔다. 매일 같은 일과에 생활도 교도소에서 하다 보니 날짜 같은 건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았기에 바로 답해줄 수 가 없었다. 달력을 보니 12월 22일이었다. 그대로 일러 주니 고맙다는 말을 하고 눈이 빨간 녀석은 벽에다 손톱을 긁으며 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12월, 12월 22일이라.. 3일만 있으면 크리스마스라니, 어쩐지 감회가 새로웠다. 살아생전에도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일을 잘 챙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었을까, 얼마 전에 본 리스를 걸고 사탕을 빠는 총무직원들이 떠올라서 일까. 그치만 지하 4층까지 패트롤을 돌고 보안구역으로 올라가서 보안과장에게 싸움 레슨을 받고 나니 퍼슨은 힘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연말이니 뭐니 아무래도 당장 몸이 피곤한게 더 중요할 정도로. 특히 그와 대련을 하고 나면 의료과장을 찾아가는 것도 이제는 하나의 일상 루틴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부서별 저녁 식사시간, 보안과의 식탁에는 예상한 대로 고기가 올라왔다. 그래도 연말이라 그런지 이번엔 칠면조가 나왔다. 한창 고기를 뜯는 와중에 옆방이 시끌벅적 한 게 딱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아 살짝 엿보았더니 직원들이 총무과장을 둘러싸고는 하나같이 어떤 말을 외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즐기는 건지 고통받는건지 울상을 지은 채 헛웃음을 짓고 있는 총무과장을 구출하고자 퍼슨은 전에 받아둔 사탕을 찾아 들고 나타나 총무직원들의 시선을 돌렸다. 본인들이 줬었다는 사실을 잊은건지 모른 척 하는건지 눈을 반짝이며 사탕을 외치는 총무직원들에게 지팡이 사탕을 하나씩 건네자 눈에 들어온 건 안락의자 위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총부과장이었다.
“하이고, 후아, 퍼슨씨 감사해용.. 덕분에 살았어용...”
도대체 뭐 때문에 괴롭힘 당하고 있는건지 미치도록 궁금해서 결국 물어보았다.
“아, 곧 크리스마스니까 파티를 열자고 우리 직원분들이 자꾸 조르셔서요.. 하지만 아시잖아용? 여긴 교도소라는거. 아무래도 저희 직업 상 그런 파티는.. 어울리지 않지요. 게다가 연말엔 일이 엄—청 많다구용! 파티를 어떻게 해요 하고싶어도 못 하지..”
“맞는 말이군. 하지만 총무과장이 일하는 모습은 자주 보지 못했는데? 과연 일이 많다고 할 수 있을련지.. 흐음”
맨날 농땡이 치지 않냐는 질문이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던 찰나 부소장이 나타나 대신 말을 해주었다. 살짝 놀리는 듯한 어조였지만 아무래도 사실이라 그런지 총무과장은 약간의 데미지를 받은 것 처럼 보였다.
“아, 아야.. 저 그럼 이미지 인 건가용? 마음이 아프네요...”
“총무과장님 맨날 까까만 먹고! 일 안해여! 나는 일 엄청 많은댸!!”
“에,엣! 제가 언제 혼자 과자 먹었다고 그러세용?? 여러분이 와서 다 뺏어갔으면서!!”
“아니거등여~~”
“.. 귀엽게도 다투는군. 퍼슨, 자네도 파티 하고 싶은 마음 있나? 지난번에 환영식도 했는데 파티라고 못할 것 없진 않지. 물론, 그건 보안과의 단독 행사였지만. 크리스마스는 모두의 휴일이니까.”
퍼슨은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보고 싶다고 대답을 해버렸다. 장소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이 유령들과 파티라면 어쩐지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소장은 가볍게 웃으며 오늘이 가기 전에 공지를 하나 올려야 겠다고 말했다. 저녁은 드셨는지 물어보려는데 누군가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그는 시선을 돌렸다.
“아죠씨, 부소장님이랑 무슨 얘기 하셧써요?”
퍼슨은 눈웃음을 지으며 잘 하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작게 속삭였다. 기쁨에 환호하는 총무직원의 입을 황급히 막으며 아직은 모두에게 비밀이니 애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도 했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 표정은 차마 어떻게 하라고 말할 수 가 없었다.
“히히, 알개써요. 고마어요 겨도관님!”
어쩐지 이럴 때에만 교도관님 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지만, 귀여우니 봐주기로 했다. 입사한 날 첫 근무 때 칭찬 스티커를 모으러 다니던 기분처럼 뭔가를 바라게 되고 들뜬 건 오랜만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제발 피비린내가 나지 않길 기도하며 들어간 샤워장은 예상대로 피 범벅이었지만, 어쨌든 샤워를 하고 나니 꽤 노곤해진 퍼슨은 침대 반쪽만 더 넣어도 꽉 찰 작은 자신의 방으로 가 잠을 청했다. 어서 크리스마스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 3일동안 아무 사고도 일어나질 않길 바라며 그는 오랜만에 절친한 친구의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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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날의 아침이 밝았다. 물론 이제 오전 3시라 아직은, 아마 한 명 빼고는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각이지만 이곳은 3시부터가 아침이다. 총무과장은 옥상에 걸터서서 지금까지 쭉 일출을 지켜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디폴트 값인 마냥 항상 걸려있는 미소에 나근한 용용체를 구사하는 그는 표정 너머에 어떤 마음이 자리하는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어스름한 새벽녘부터 차차 안개옷을 겉어내고는 밝게 빛나는 태양을 한참 바라보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 깜짝이야. 안녕하십니까 환생부장님?”
“... 안녕하세요, 옥상을, 다녀 오는 길인, 가 봅니다.”
“네.. 그나저나 괜찮으세용? 목소리가 엄청 떨리시는데용.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드릴까요?”
“후으.. 음.. 그럼 고맙겠, 군요.”
그도 그럴 게 환생부장은 척 봐도 옷을 겹겹이 걸쳐입은 모양새였다. 거기에 목도리 까지 두르고 있는데도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보아 어지간히도 출근길이 고된 모양새였다.
“가끔은 총무과장의 온도 면역이 부럽단 말이죠.. 달랑 셔츠 한 벌 입고 정말 아무렇지 않습니까?”
“네.. 뭐.. 그냥 평소랑 똑같은데용? 저희 직원들은 감기가 대 유행인데 환생부장님도 조심하세용”
“출근을 했으면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환생부장, 총무과장?”
“부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에잉~ 잠깐 수다 떤 겁니다 잠깐! 좋은 아침이에용.”
“흠.. 솔직히 서류작업은 많이 귀찮고 피곤하죠. 그런 의미로 당장 급하신 일이 없다면 저 좀 도와 주시겠습니까? 오늘은 파티 날이거든요.”
“부소장님, 파티라뇨, 당장 쌓인 업무만 해도..!”
“아니, 저희 그거 정말 하는거에용?? 세상에.. 아무 준비도 안 했는데..”
“환생부장, 누가 오늘 하루 종일 한다고 했습니까? 일과시간 끝나고 밤에 할 것이니 업무 걱정은 마세요. 그리고 총무과장, 준비는 제가 다 했으니 이리 와서 도와주면 고맙겠습니다.”
세 명의 유령이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교도소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다른 직원들도 어느새 전원 출근을 했으며, 퍼슨과 동료 교도관들도 환복을 끝마쳤다. 퍼슨이 방을 벗어나자 눈에 들어온 건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된 복도와 아무 곳에서 나뒹구는 형형색색의 풍선들이었다. 머리에 커다란 리본을 달고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타자를 치는 총무과 직원들은 굉장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퍼슨! 어때, 자네도 유령도넛 하나 먹을겐가?”
연락관이 입가에 크림을 잔뜩 묻힌 채 도넛 상자를 들며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퍼슨은 아직은 반쯤 감긴 눈을 부비며 나지막하게 감사합니다, 라고 말을 했지만 연락관은 캐롤을 흥얼거리느라 잘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교도소면 뭐 어떤가, 다들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데. 마주치는 유령들에게 소심한 메리 크리스마스를 건네면 그들은 배는 큰 목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되받아 쳐주었다. 도넛을 베어 물고 지하로 내려가 수감자들을 상태를 체크하는데 어쩐지 감옥들은 따로 꾸민다거나 한 건 없어 보였다. 눈이 마주친 수감자들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고 묻자 돌아온 모든 대답은 아니, 또는 무시였다. 당분이 들어가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 연말 다운 기분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걸까, 겁 없는 당돌한 교도관은 곧장 주방장을 찾아가 죄수들을 위한 작은 케이크를 구워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하였다.
“그 많은 죄수들을 위한 케이크.. 라.. 글쎄... 그건 좀 힘들 것 같다만, 아이야. 대신 유령도넛을 주면 어떨까? 그것 역시 충분히 달콤하고 부드러우니 말일세. 내가 그들을 위해 케익을 굽는 것은 시간 낭비이기도 하니 말이야. 사실 도넛을 받는 것으로도 이미 과한 배려란다.”
사실 흉악한 범죄자들에게 연말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다른 사람들은 생각치도 못할 발상이었지만, 그래도 유령도넛을 얻은 것 만으로 그는 만족하기로 했다. 지하 전역을 누비며 수감자들에게 도넛을 쥐어주자 인사도 없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유령이 있는가 하면, 혹시 독을 발랐나 의심을 하다 뺏어가려 하자 그제야 한입 조심스레 물어보는 유령도 있었다. 서른 명이 넘는 유령을 만났지만, 제대로 된 고맙다는 인사는 두어번 밖에 듣지 못했다. 흉악범에게 뭘 바라겠나 싶으면서도 살짝은 괘씸한 기분이 드는 것이 어쩌면 섭섭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음을 콕콕 찌르는 알 수 없는 감정은 기억 한 구석에 이쁘게 구겨서 박아두고, 다시 패트롤을 돌며 시비를 걸거나 탈출을 감행하는 죄수와 전투를 하고, 여러 유령의 잔심부름을 완수하고, 총무직원들을 놀아주며 열심히 일을 하자 어느새 시간은 저녁이 다 되어 있었다.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이자 주방장과 부소장이 커다란 서빙용 트롤리를 끌고 오자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4단 케이크가 그 풍채를 드러냈다. 구름같은 크림을 잔뜩 바른 케이크 위에 사치스럽게 올라간 겨울에는 보기 힘든 과일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초콜릿 데코와 케익 맨 위에 올라간 ‘올해도 수고했다’ 라는 문구는 누가 봐도 연말을 위한 케이크였다. 짧은 시간 안에 대체 언제 준비를 한건지 부소장이 간략한 연설을 하고, 뒤이어 보안과장이 맥주컵을 들어올림과 동시에 조촐한 교도소에서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준비된 음식은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의 4단 케이크, 전부 마셨다가는 두번 다시 눈을 못 뜰 양의 맥주, 그리고 간단한 음식 몇가지 뿐이였지만, 감히 조촐하다고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것들을 함께 나누고 즐길 유령들도 이렇게나 많으니 그만하면 완벽한 파티다.
“하하! 술과 케이크, 그리고 복작거리는 사람들이라니! 이거야 원 크리스마스 파티가 아니라 송년회 같구만 그래! 하하하! 다들 건배 하시게나!”
“케이크 맛이 굉장하네요, 계속 손이 가는 중독성이에요. 그나저나 이걸 나중에 다 청소해야 한다니.. 흠.. 추가수당이라도 주실 건가요?”
“걱정 마세요, 이 교도소에 청소부가 당신 혼자이긴 하지만 파티가 끝나면 참여인원 모두 다함께 청소를 하게 할 테니까요. 일단 지금은 먹으며 즐겨요, 가델.”
모두가 맥주잔을 들고 접시에는 케이크 한 조각을 받아둔 채로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의료부장은 언제 추위를 탔냐는 듯이 담요를 총무직원들에게 넘기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잘도 뛰어다녔다. 부소장은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서 흐뭇하게 유령들을 바라보며 잔을 기울였고, 퍼슨 역시 보안직원들 등쌀에 밀려 끌려가 시원하게 노래 한 곡을 뽑히고 있었다. 주방장은 모자가 반쯤 벗겨진 채로 총무직원들에게 파묻혀 있었고, 수리공과 연락관, 청소부는 보안과 직원 몇명을 데리고 술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벌칙으로 등을 때리는 것 같던데, 다들 허리를 잘 피고 앉아있는 걸 보니 아직까지는 게임을 져본 적 없는 것 같았다. 퍼슨은 종이컵으로 대충 만든 마이크를 건네주다 홀로 테이블에 엎어져 있는 환생부장을 목격했지만, 그 역시 술기운이 제대로 올라온 상태였기에 잘못 봤나 싶어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으헤헤, 퍼슨 씨? 환생부장은 내버려둬요옹~ 원체 술을 잘 못해서 한잔이라도 들어가면 저렇게 잠든다니까요, 흐하항!”
언제 다가온 건지 총무부장이 퍼슨의 어깨를 잡았다. 보아하니 걸음걸이는 문제 없지만 혀가 꼬이는 걸 보니 이자도 거하게 취한 게 분명했다. 한 손에는 수상할 정도로 음식과 술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어 다급하게 어디를 가냐고 물어보자 부소장이 들었더라면 뒷목 잡으며 뜯어말릴 답변이 돌아왔다.
“아, 이거용, 흐흫, 형님이랑 먹으려고요. 음, 어.. 비록 최하층 수감자긴 해동, 음.. 걱정 마세용! 지하 5층으를 갈 권한이 있는 건 소장뿐이니까요. 흐헤헹. 애? 제가 걱정된다고용? 아이~ 괜찮아요~ 형님은 술이 아주 쎄셔서 이 바구니에 있는 술 혼자 다 마셔도 거뜬해용! 헤헤.. 아, 어지러워라, 그럼 퍼슨씨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오~”
금방 태어나서 제 걸음도 제대로 못 가누는 새끼 송아지더러 수영을 하게 내버려 둔 심정에 퍼슨은 순간 술이 확 깼다. 저러다 멘탈 프로텍트 기계를 또 고장내는 건 아닌가, 혹시 정전이 생기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 했지만 최하층 수감자의 방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자 퍼슨은 그제야 마음 편히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속이 타서 맥주를 계속 들이부었더니 모종의 죄책감이 억누르고 있던 술기운이 한번에 올라와 시야가 울렁거렸지만 아무렴 좋았다. 생전에 친구라고는 한 명 뿐이어서 이런 복잡하고 시끄러운 모임은 처음이지만, 퍼슨은 이것 나름대로 새롭고 소속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언젠가 그 애의 영혼을 발견하고 교도소도 그만두게 된다면 옛날 옛적에, 단 둘이 여행을 갔던 때 처럼 소소하게나마 오래 전 하지 못했던 그 건배를 외치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다시금 교도소에 들어온 목적을 상기시켰다.
“으음... 욱.. 퍼.. 퍼슨씨..?”
그를 힘겹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기 전 까지, 그는 잠시나마 과거의 추억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 래도 교도소 안인데.. 한번 쯤은 마주칠, 웁... .. 한번 쯤은 마주칠 줄 알았는데, 이제야 겨우 말을 걸어보네요. 후..”
두통이 있는지 환생부장은 머리를 감싸쥐고 힘겹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내뱉었다. 아니, 정확히는 머리가 아픈 것도 있지만 중간중간 숨을 고르는 소리를 듣자 하니 아무래도 속이 뒤집어 지는 걸 삼켜내고 있는 모양새였다. 퍼슨은 급하게 빈 맥주컵에 정수기 물을 받아와 환생부장에게 건넸다. 걸음이 중간중간 꼬여서 바닥에 조금 흘리긴 했지만 어차피 청소 할 거라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술을 마시는 모습은 못 봤는데, 환생부장의 얼굴은 꼭 노을이 지는 태양처럼 빨갰다.
“..조금 났네요.. 감사합니다, 퍼슨 씨, 음.. 아, 다름이 아니고, 당신께 전해야 할 소식이 있어서.. 하아. 잠시만요.”
환생부장은 비척비척 일어나 부소장의 방으로 향하더니 늘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을 소중하게 안고 돌아와 테이블 앞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퍼슨을 옆에 앉힌 채 가방 안을 뒤적이더니 한 편지봉투를 건네주었다.
“자네는 중앙본부로 발령이 나게 되었네. 으음.. 아직, 한참 부족한 신참이지만, 자네는. 본부에서는 다 이유가 있으니 불렀겠지. 내가, 동행하게 될 테니 찾아가는 길은 걱정 말게나.”
환생부장은 정말 온 사력을 다해 이야기를 이어나간 것이었는지 말을 끝마치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유령교도소의 중앙본부로의 발령이라, 술의 효과인지, 퍼슨은 그닥 실감나지는 않았다. 주변 유령들의 색깔이 계속 바뀌고, 달콤한 케이크의 여운이 입안에 아직 가시지 않은 채 그런 통보를 받다니, 갑자기 교만이 눈 앞에 나타나 여기는 네 심리적 공간이라고 속삭여도 그렇구나- 하고 믿어버릴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입사한 지 이제 겨우 반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아 본부로 소환된 퍼슨은 앞으로 있을 지금보다 더한 고통과 사건들은 상상도 않은 채 유령들과 크리스마스 밤의 마지막 술잔을 기울였다.

유령 교도소
